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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멤피스 그룹의 포스트모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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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멤피스 그룹의 탄생과 배경: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
2. 멤피스 디자인의 특징: 색채, 형태, 재료의 혁명
3. 멤피스 그룹의 주요 인물들과 대표작
4. 멤피스 디자인의 영향과 유산: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확산
5. 멤피스 디자인에 대한 비판과 재평가: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딜레마

 

멤피스 그룹의 포스트모던 디자인
멤피스 그룹의 포스트모던 디자인


멤피스 그룹의 포스트모던 디자인


1. 멤피스 그룹의 탄생과 배경: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래

멤피스 그룹은 198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를 중심으로 결성된 디자인 그룹이다. 이들의 등장은 모더니즘 디자인에 대한 반발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졌다. 1970년대 말부터 디자인계에서는 기능주의와 합리주의에 기반한 모더니즘 디자인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멤피스 그룹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의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라는 모더니즘의 모토에 반기를 들고 "적은 것은 지루하다(Less is a bore)"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들은 기능성과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디자인에서 벗어나 감성과 상징성, 장식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추구했다.

멤피스라는 이름은 밥 딜런의 노래 "Stuck Inside of Mobile with the Memphis Blues Again"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그룹의 정체성이 미국 테네시주의 도시 멤피스나 이집트의 고대 도시 멤피스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태도를 반영한다.

멤피스 그룹의 결성은 당시 디자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들의 작품은 1981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통적인 디자인 규범을 무시한 듯한 과감한 색채와 형태, 재료의 사용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2. 멤피스 디자인의 특징: 색채, 형태, 재료의 혁명

멤피스 그룹의 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 관념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적인 특징들을 보여준다. 첫째, 색채 사용에 있어 멤피스 디자인은 매우 대담하고 화려하다. 그들은 원색의 조합과 강렬한 대비를 즐겨 사용했으며, 이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절제되고 중성적인 색채 사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예를 들어, 에토레 소트사스의 'Carlton' 책장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다양한 원색을 조합하여 시각적 충격을 준다.

둘째, 형태적 측면에서 멤피스 디자인은 기하학적 도형들의 비정형적 조합을 특징으로 한다. 직선과 곡선, 원과 사각형 등 다양한 도형들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독특한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이는 기능에 따른 형태 결정이라는 모더니즘의 원칙을 거부하고, 형태 자체의 표현성과 유희성을 강조한 결과다.

셋째, 재료 사용에 있어서도 멤피스 그룹은 혁신적이었다. 그들은 고급 재료와 저급 재료의 구분 없이 다양한 소재를 실험적으로 사용했다. 플라스틱 라미네이트, 테라조, 네온관 등 당시 가구 디자인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던 재료들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이는 재료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감과 효과를 창출하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특징들은 멤피스 디자인을 즉각적으로 인식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작품은 종종 '키치(kitsch)'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이는 오히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던 그들의 의도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3. 멤피스 그룹의 주요 인물들과 대표작

멤피스 그룹은 에토레 소트사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에토레 소트사스는 그룹의 창립자이자 정신적 지주로, 그의 작품들은 멤피스 스타일을 대표한다. 그의 'Carlton' 책장(1981)은 멤피스 디자인의 아이콘적 작품으로, 기능성과 장식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혁신적인 디자인이다.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hi)는 멤피스 그룹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 그의 'First' 의자(1983)는 단순한 형태에 화려한 패턴을 입힌 대표적인 멤피스 스타일 가구다. 마틴 베딘(Martine Bedin)의 'Super' 램프(1981)는 바퀴 달린 강아지 모양의 조명으로, 유머와 기능성을 결합한 멤피스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나탈리 뒤 파스키에(Nathalie Du Pasquier)는 그룹의 유일한 여성 멤버로, 그녀의 대담한 패턴 디자인은 멤피스 제품들의 표면을 장식했다. 피터 샤이어(Peter Shire)는 미국 출신 멤버로, 그의 'Bel Air' 의자(1982)는 캘리포니아의 풀사이드 문화를 멤피스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들 외에도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안드레아 브란지(Andrea Branzi), 알도 치비치(Aldo Cibic)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멤피스 그룹에 참여하여 각자의 개성을 살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참여는 멤피스 디자인의 다채로움과 실험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4. 멤피스 디자인의 영향과 유산: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확산

멤피스 그룹의 활동은 1988년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그들의 디자인 철학과 스타일은 현대 디자인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멤피스 디자인은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디자인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첫째, 멤피스 그룹은 디자인에 있어 감성과 상징성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는 이후 '감성 디자인', '경험 디자인' 등의 개념으로 발전하여 현대 디자인의 주요 트렌드가 되었다. 둘째, 그들의 실험적인 재료 사용은 디자인에서의 재료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다. 이는 현대 디자인에서 다양한 신소재와 재활용 재료의 활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멤피스 디자인의 유희적이고 아이러니한 특성은 디자인에 있어 유머와 재미의 요소를 중요하게 만들었다. 이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과 같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계승되어 현대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넷째, 멤피스 그룹의 다국적 구성과 협업 방식은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의 선구적 모델이 되었다.

멤피스 디자인의 영향은 가구와 제품 디자인을 넘어 패션, 그래픽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었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의 팝 문화와 MTV의 시각적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멤피스 스타일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함께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어, '네오 멤피스' 트렜드가 주목받고 있다.

5. 멤피스 디자인에 대한 비판과 재평가: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딜레마

멤피스 그룹의 디자인은 등장 당시부터 극단적인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지자들은 멤피스 디자인이 모더니즘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디자인에 새로운 활력과 다양성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그들의 작품이 기능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장식적이며 키치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비판은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전반에 대한 비판과 맥을 같이 한다. 즉, 형태가 기능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방해한다는 점, 지나친 장식성으로 인해 제품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점,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아 엘리트주의적이라는 점 등이 주요 비판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멤피스 디자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멤피스 그룹의 실험정신과 창의성이 디자인의 경계를 확장했다는 점이 인정받고 있다. 둘째, 그들이 제기한 디자인의 문화적, 상징적 의미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현대 디자인 담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멤피스 디자인의 다원주의적 접근은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넷째, 그들이 강조한 감성과 경험의 중요성은 현대 소비자 중심 디자인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결과적으로 멤피스 그룹의 포스트모던 디자인은 현대 디자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들의 실험정신과 도전은 디자인이 단순히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고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유산은 오늘날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과 문화적 역할에 대한 논의의 기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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